보슬비가 내렸던 그 밤의 둥글었던 달이 차츰 부피를 줄여 그 모습을 감춘 밤, 운은 구군복을 갖춰 입고 입궐했다. 일반 구군복이 황색의 옷에 소매는 붉은 색 천을 붙인 협수(소매 폭이 좁은 두루마기 형태의 군복)위에 검은 색 전복을 입은 것 이라면, 운검의 구군복은 이와는 달랐다. 검은색 전복은 같지만 그 아래에 소매까지 검은 협수를 입고, 검을 휘두를 때 펄럭이지 않게 팔뚝부분을 붉은 색 끈으로 칭칭 둘러 묶고, 날렵한 허리엔 붉은색 대자띠를 묶어 늘어뜨렸다. 그리고 관례를 치렀음에도 검에 상투가 다치지 않게 상투를 틀지 않고 길게 허리까지 내려뜨리고는 이마에 붉은 천으로 두건을 묶어 뒤로 머리 길이까지 드리웠다. 전립(사또 모자)을 쓰지 않고 궐내에 들어오는 것은 법도가 아니었지만 운검에게만은 그것이 용인되었다. 그리고 등엔 붉은 색 긴 환도인 운검을 지고 왼손에는 검은색 긴 환도인 별운검을 들고 걸어가면, 그 등에는 용을 감싼 구름문양이 둥근 흉배 안에 붉은 색으로 수놓아져 있는 것이 날리는 윤기 있는 긴 머리카락 사이로 보였다. 이것이 운검의 표식이었다.
왕의 침전 영역으로 가는 길목인 향오문(向五门)에 이르자 선전관청(宣传官厅, 침전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던 관청으로 왕의 경호, 긴급한 군사소집, 왕명 전달 등의 업무를 맡았던 곳)에서 나온 당상관이 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운은 운검임과 동시에 선전관청 소속인 무겸선전관을 겸직하고 있었다. 보초를 서고 있던 갑사들이 운에게 인사를 하자 운은 당상관에게 인사를 올렸다. 당상관은 품속에서 밀지(密旨, 왕의 비밀 명령)를 꺼내 운에게 건넸다. 왕이 신시(申时, 오후 3시부터 5시) 경에 반드시 해야 되는 의례적인 일 중의 하나가 궁궐에서 야간경비를 서는 군사들과 장교에게 암호를 정해주는 일이었다. 그 암호는 매일 달랐다. 그리고 암호를 정하던 자리에 운검이 없었다면 운검에게 이렇게 밀지를 적어두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운은 밀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밀지에는 왕과 운만이 읽을 수 있는 선과 점으로만 된 암부호로 적혀있었다. 밀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오늘 밤의 군사 암호와 왕이 잠자게 될 곳이 적혀있었다. 운이 밀지를 로의 불속으로 넣어 태우자 당상관이 속삭이며 말을 걸어왔다. “오랜 만에 입궐하였소. 안 보여도 분명 어명으로 자리를 비운 거겠지만 말이요.” “쉬었습니다.” “원, 사람도. 어찌 그리도 빡빡하시오. 나에게 까지 그리 입을 다물 필요는 없소이다. 그리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하하하. 요즘 군사 암호가 다 그런 식이오. 상감마마께옵서 뭔가가 심란하신가 보오.” 微雨之夜,月亮隐匿在乌云的后面。云穿着官服,却没有戴官帽,一头黑发披散,是属于他的独特标识。(本段前部为对官服是形容和描述,后面为宫廷的一些理解,例如王就寝的宫殿,设置密码之类的安全措施,本身不太理解,所以不细翻。)
오늘의 군사 암호는 일고일(一孤日, 외로운 태양 하나)이었다. 운은 이 암호가 훤이 자신에게 호소하는 말임을 알 수 있었다. 운은 그동안 근 보름을 월을 찾아 백방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찾지 못했다. 오늘도 못 찾았다는 보고를 하러 입궐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암호로 마음 무거운 운을 독촉하고 있었다. 당상관이 침묵하는 운을 두고 다시 말했다. “그간 상감마마께옵서 자네를 보호하시느라 성후 미령하시었소. 그러게 왜 온양행궁까지 요양하러 가셔서는 미행을 빠져나가신 게요. 보좌를 잘못한 자네를 파직시켜야 한다는 상소를 폐하시느라 더 미령하시었단 말이오. 앞으론 안위를 위해서라도 조심 좀 하시오. 그대 안위를 돌보는 것이 곧 상감마마를 윗잡는 일임을 아시오.” 今日的暗号是一孤日。李暄下令暗中寻找月已经有半个月的时日了,可是却丝毫没有消息。一日日的失望中,这样的暗号无疑表达了王此刻内心沉重的心情。 “要避免暗号流出,危及陛下的安全。” 운이 간단히 고개만 숙여 인사 한 뒤 침전 쪽으로 가버렸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당상관이 중얼거렸다. 望着云离去的背影,护卫们嘀咕道。 “아까우이. 서출만 아니면 사위 삼으면 딱 좋겠구먼. 반가의 여식과 서출은 혼인하면 안 된다는 법도가 엄연히 있으니.....쩝. 저렇게 잘났으니 궁녀들이 사흘이 멀다하고 상사병으로 죽어나간다는 말이 나돌지. 그럼 뭐하누, 빙운(氷云, 얼음구름. 운의 별명)인 것을. 빙운을 가슴에 품은 여인들만 가엾지.....”
“真不愧是传说中的冰云,即便是庶子的出身,也让宫里的不少女子都犯了相思病呢!” 운은 밀지에 적어둔 곳으로 갔다. 왕이 잠자는 곳은 경호와 풍수, 역학의 목적으로 인해 매일 밤 달라졌다. 왕의 대침전인 강녕전, 동소침전인 연생전, 서소침전인 경성전 안에는 모두 합하면 수십 칸에 달하는 방들이 있었는데, 이 많은 방들 중에 왕이 그날 밤 잠들게 되는 곳을 아는 사람은 방을 정해주는 관상감의 교수 세 명과 당직을 서는 내시 몇 명, 궁녀 몇 명 그리고 운검뿐이었다. 나머지 궁녀들과 내시들은 왕이 어디에 잠든 지도 모르고 빈 방들을 지켰다. 为了王的安全,王每日就寝的地点都是要根据风水和暗号进行测算。知道陛下就寝宫殿的只有少数宫女,宦官和云。 그리고 궐내의 선전관들과 무예별감 군사들은 세 침전 전체를 경호했다. 운은 훤을 발견했다. 밀지에 적힌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 있었던 것이다. 훤은 창을 전부 활짝 열고 술을 마시고 있다가 운을 발견하자 미소를 던졌다. 운은 훤이 앉아 있는 창 쪽으로 갔다. 可是今天,在指定的地点,云却没有找到王的踪影。在宫里搜寻了一阵,他才终于找到在宫廷的角落里找到独自望月的李暄。
“어찌하여 이곳에 계시옵니까.” “陛下怎么来这里了。” “나의 달을 보고 싶어 이리 자리하였느니. 아무리 내 것이라 우겨도 하늘도 자기 것이라 우기니 내가 어찌 하늘을 이길 수 있겠느냐. 하늘이 심통 맞게도 나와 달을 나누기조차 싫었는지 저리 감추어 버리고 말았구나. 그나마 자네가 나에게 달을 가져다 줄 걸로만 믿었는데.....” “我坐在这里看我的月亮。不论如何,我都坚信她是属于我的,即使上天要跟我争夺,我也会战胜他。天不愿意与我分享明月,所以才将她隐藏。我相信你会帮我找回来,但是……” 이 말은 월을 찾아내지 못함을 질책하는 것이었기에 운은 머리를 조아리며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상선내시관은 훤이 월이 아니라 하늘의 달을 말하는 것인 줄로만 알고 운의 편을 들어준답시고 말했다. 云对王深深的行礼,面临着会被指责的境地,仍旧说道。 “그 아무리 운검이라 하여도 그믐달을 보름달로 바꿀 수는 없사옵니다. 상감마마, 침수에 드셔야 하옵니다. 잠시 후에 인경(궐내의 밤 10시를 알리는 종소리. 28번을 침. 종소리를 기점으로 통행금지에 들어감)의 타종이 있사옵니다. 옥체를 보존하시옵소서.” “陛下,月失踪的事实已经无法改变,但是如今已经到了宵禁的时间,请您早些回宫休息,保重圣体。” 훤은 안 들은 척 술잔을 들어 입에 기울였다. 李暄望着杯中酒,对云说。
“내 울금초로 향을 낸 술을 들이라 일렀건만 우상(羽觞, 깃털처럼 가벼운 술잔)에 담겨진 건 그저 울금향뿐이다. 그때 마신 건 울금향도 아니고 난향도 아닌 달향이었던 겐가....” “灯火可以将酒映成黄色,可是却无法改变味道,真是让人难过……” 다른 맛, 다른 향기에 의해 술을 마실 때 마다 그리움은 더 깊어졌다. 알 수 없는 병으로 건강이 나빠져 오래 앉아 있으면 숨이 가빠왔지만 울금향을 손에서 놓지는 않았다. 가뜩이나 가쁜 숨이 월을 생각하면 더 가빠졌다. 不同的香气,不同的味道,每次饮酒,对月的思念更甚。如同呼吸一般,每一次都让人心痛。 “운아, 안으로 들어오너라.” “云,进来吧。” 운은 경성전 안으로 들어갔다. 훤은 새하얀 야장의(왕의 잠옷) 차림으로 어깨엔 고비(호랑이 가죽)를 덮고 있었다. 운이 멀리서 절 네 번을 한 뒤 가까이로 다가가 앉자 훤이 주위를 향해 말했다. 云走了进去,在王身边坐下。王此刻穿着白色的睡衣,端着酒杯。 “모두들 잠시 물러가라.” “大家都先行退下吧。” 내시들과 궁녀들이 창문과 3면의 방문들을 일제히 닫고 순식간에 물러났다. 훤은 술 한 잔으로 잠시 뜸을 들인 뒤 조용히 말했다. 宫女和宦官们慢慢走出,将窗户和门都关了起来。李暄捧着一杯酒,安静的喝着。 刚刚又被吞了一贴,不知道什么时候吐出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