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21세 정기고, 베프와의 뜨거웠던 유럽 배낭여행
- 유럽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요.
"21세 때였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와 20일 정도 유럽 여행을 다녀왔죠. 집에서 주는 돈 조금과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유럽으로 떠난거죠. 남자 둘이 여행을 다니면 꼭 싸우게 된다는데, 우린 그런 게 없었어요. 처음부터 약속을 했어요. 둘 다 하고 싶은 건 다하고 오기로. 저는 그게 '이태리 쇼핑'이었고 친구는 '니스의 누드해변'에 가보는 거였죠."
- 그래서 누드 비치는 경험했나요.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누드 비치를 보겠다는 일념 하나에 기차를 8시간이나 타고 갔어요. 갔더니 방값이 너무 비쌌어요. 지금까지 낸 돈의 거의 두 배를 지불해야 했어요. 근데 누가 20분 거리에 모나코가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버스를 타고 모나코에서 내리니, 이게 웬걸. 휘황찬란한 요트에, 사람들도 턱시도를 입고 돌아다니고요. 방값은 역시 니스보다도 훨씬 비싼거죠. 결국 다시 니스로 돌아와 역에서 노숙 신세를 지고 누드 비치는 그 다음날 갔어요."
- 설레는 경험이 됐겠어요.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문란하거나 선정적이진 않았어요. 한 유럽 여성분이 원피스만 입고 와서, 갑자기 옷을 훌러덩 벗더니 팬티만 입고 누워서 책을 읽더라고요. 근데 대부분 노출 수위(?)가 약해서, 친구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어요. 야하다는 느낌보다는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비춰졌어요."
- 여행지 로맨스도 빼놓을 수 없죠.
"독일에서 기차를 탔는데 텅텅 비었더라고요. 뛰어다니면서 놀고 있는데 동양인 여성 두 분이 있었어요. 물어보니, 한국인이었던 거죠. 우리보다 나이는 많았는데, 얘기를 하다 금세 친해졌어요. 그날이 그 친구들의 독일 마지막 밤이었고 우린 도착 첫 날이었는데, 그 분들이 스위스에 간다기에 고민없이 동행했죠. 스위스에서 3일 정도를 같이 보내고 각자 갈 길을 갔죠. 이런 것도 여행지 로맨스라고 할 수 있을까요? 부모님이 그랬어요 '남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가봐야 한다'고. 여행을 다녀오면 '뭘 좀 배우고, 내 인생이 바뀌게 될까' 그런 생각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