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거슬리듯 눈에 밟혀서, 두 번째는 잔영처럼 잊혀지지 않아서, 세 번째는....
씨발. 잘생긴 게 아니라 더럽게 예뻐서.
모두가 입어 평범하기 짝이 없는 가쿠란, 귀와 목을 덮는 머리카락, 동그란 눈동자, 내려앉은 속눈썹은 까맣고.
교복에 어울리지도 않는 목도리, 창백한 얼굴, 입을 가린 손가락은 하얗고.
그리고.... 웃은 입가를 가렸던 손가락을 내리며 드러난 입술은 빨갛고.
......이상하다.
입을 가리며 웃고, 크다란 눈망울을 반달처럼 휘며 눈웃음 치고, 여자도 아닌 게 꼭 목 위의 모양새는 계집애 같다.
이상했다. 아니, 검은색의 가쿠란에 어울리지도 않는 새하얀 목도리를 한 것부터가 이상했던 것이다.
녀석에게로 꽂힌 이목은 좀처럼 자리로 돌아 올 줄 몰랐다. 주변은 작은 수근거림이 끊이질 않는다.
그 잔잔한 파장에 오랜 시간 동조하며 녀석을 지켜봤다.
정확히 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나고. 끊임없는 교장의 연설은 자연스럽게 차단된다.
이 수많은 인파가 추위에 떨고 있는 싸늘한 강당 안에는 이미 저 녀석과, 나 뿐이다.
밀폐된 공간 안에서 독대하고 있는 것처럼 특별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