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촬영을 시작하기 전 캐릭터 연구를 할 때, 칠판에 그 캐릭터에 대한 모든 걸 써내려가면서 접근한다고 들었다. 이번에도 그랬나.
지성: 이번에는 칠판 대신 예쁜 노트에 썼다. 첫 장을 펴고 차지헌, 나이는 몇 살, 직업은 재벌 3세, 이렇게 썼다. 그 다음엔 공황장애가 있다면 왜? 얼만큼? 차지헌을 둘러싼 울타리의 크기는? 그 안에서 차지헌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사회에 대한 불만은? 이런 식으로 차지헌의 행동반경을 넓혀갔다. 이 모든 조건을 내 몸에 익숙하게 만든 후에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장에서 내 안의 진솔함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10. 차지헌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이나 말투도 그 과정에서 완성된 건가.
지성: 노트에 메모하면서 차지헌에 대한 그림이 딱 그려졌다. 헤어스타일도 처음부터 만화 <슬램덩크>의 송태섭 머리로 정한 게 아니라,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차지헌의 모습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힌트를 얻었다. 재벌 3세의 물건은 보통 비서가 다 챙겨주지만, 차지헌은 자기 물건은 자기가 챙길 것 같았다. 그러면 가방이 좀 커야 되고 그게 몸에 착 안기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는데, 그럼 백팩을 사용하자. 그 다음에 패션은 구두에 멋진 수트? 에이, 차지헌은 안 그럴 것 같은데? 캐주얼하게 가자. 하지만 재벌 3세로서의 예의는 좀 갖춰야 되니까 뭐, 귀찮지만 재킷 정도는 하나 입어주자. 신발 같은 경우도 편하게 운동화를 신고.